대학원 재학 중인 친구가 진로 특강 강사로 연결해 줘서 서울에 있는 사립 고등학교로 강연을 하러 갔었다. 원래도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던 입장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감사합니다 하고 넙죽하겠다고 했다.
준비 과정
강의 준비를 시작하며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중요한 키워드를 나열했다. 기준은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뻔하지 않고 흥미로운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소프트웨어 VS 하드웨어, 운영체제, 코드(바이너리 코드, High level, Low level), 네트워크(IP, TCP), 라이브러리, 프레임 워크, 개발자 종류(프론트 엔드, 백 엔드, 모바일 개발자), DB, 알고리즘 등을 생각했다. 이 주제들을 간단히 여러 개 소개할지, 줄여서 조금 자세히 설명할지 고민하던 중 날마다 다른 학생들을 3일씩이 아닌 같은 학생들이 3차시로 듣는다는 연락을 받고 오히려 더 추가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였다.
일단 강의 자료 준비를 시작하고 양을 조절하기로 했다. 고등학교와 연결해준 친구의 도움을 받아 같이 ppt작업을 진행했다.
만들어 보니 1시간인 강의 시간에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나는 앞에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감이 더 있는 편이니 수업 진행 중 시간 조절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들다 보니 학생들이 열심히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점점 더 커져서 어떻게 하면 더 잘 준비할지 고민을 해봤다. 그러면서 내가 학생일 때 어떤 수업을 잘 들으려 했는지 생각해 보았는데,,,,, 없다,,, 물론 강의력 좋으신 선생님들 수업을 더 잘 들었던 것은 맞는데 수업시간에 잤던 것은 그냥 졸려서였고 이것을 이길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졸린 친구들 제외하고 듣는 학생들이 지루하지 않게 끔 만드는데 집중했다.
설명에는 누구나 찾아볼 수 있는 정의와 함께 나만의 해석을 곁들인 뜻과 실생활 예시들을 많이 사용하려 했다. 예를 들면 운영 체제, 소프트웨어, 하드 웨어를 설명할 때 "소프트웨어 = 줄다리기 이벤트, 하드웨어 = 밧줄, 운영 체제 = 운동회 MC 로 예를 들어 MC가 중재해 주고 진행해 주지 않으면 밧줄이 있고 줄다리기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어도 두 개 다 사용되지 않는다", "축구 경기에서 같은 선수들 같은 공을 갖고 경기를 진행해도 심판에 따라 파울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심판 성향에 따라 경기가 조금씩 다르게 진행된다. 심판이 운영체제역할이고 MacOs와 windows가 조금씩 다른 것도 이런 이유다."와 같이 조금은 거칠수 있지만 전공생들이 아니기에 어떤 느낌인지는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집중했다. 애플리케이션이 프로세스로 변환되는 것을 설명하며 스케줄링을 간단히 소개했고 작업 관리자에 프로세스 -> cpu점유율을 보여주며 cpu에서 하나의 일만 하고 있지 않고 적절히 나눠서 여러 개의 프로세스를 처리하고 있다는 예시를 볼 수 있도록 자료를 준비했다.
프론트 엔드, 백 엔드, DB 부분은 내가 만들었던, 지금 진행 중인 코드들을 보여주고 전체적인 동작 순서를 설명하기로 했다. 이 부분은 내가 처음 공부할 때 제일 궁금했던 부분이다. C 언어로 별을 찍으면서 그래서 이걸로 뭘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나는 직접 웹이 동작하게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이것을 알게 되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했었기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정보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이런 것들을 배우기전에 전체적으로 가볍게 무슨 느낌인지 아는 것을 항상 원해 왔기에 이를 많이 반영하였다. 또한 웹 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가볍게 요구 사항 분석 -> 설계(언어 정하기, 프레임 워크, 정하기 등등) -> 개발 -> 유지 보수 절차를 가볍게 정리하였다.
수업 시작!
설레고 더운 마음을 이끌고 비가 엄청 오는데 긴 바지 챙겨 입고 용산으로 출발했다. 가는 동안 가볍게 ppt 훑으며 마지막 정비를 했다. 전철타고 버스 타고 도착한 학교는 나에게 고난을 주었다. 언덕길이 무슨...
도착하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수업을 하러 오셨다. 중국어, 경제, 미술 치료, 인공 지능 등등 대략 15명 정도 되는 분들이 오셨다.
1시가 되고 교실로 올라갔다.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귀여워서(?) 놀랐다. 출석을 부르고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 진행 할 때 반응을 미리 파악할 겸, 아이스 브레이킹도 할 겸 "제가 몇 살 일 것 같나요?"를 시전 했다. 목소리가 작긴 했지만 꽤 많은 친구들이 참여를 해주었고 완전 독백인 수업은 아니겠구나 하고 조금 안심했다.(나 24살인데 28살로 마무리 됐다..) 시작부터 자는 친구들이 몇 명 있었지만 깨우지 않았고 원래 듣던 친구들이 잠들게 하지 않도록 해보자고 다짐하며 수업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호응도 좋고 집중도 잘해주었다. 의욕이 넘쳐 질문이 끝나기전에 대답하는 친구가 있는 반면 뒷자리에서 작은 목소리로 대답해 주는 친구도 있어서 일부러 지목해서 질문도 해보았다. 예정에 없던 판서도 삐뚤빼뚤 하면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럽게 진행됐다. 중간에 시간이 남을 것 같다는 느낌이 몇 번 있었는데 이때 오히려 좋아. 질문도 더하고 간단한 예시로 문제도 즉석으로 만들어서 내고 더 역동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몇 개 있는데 첫번째로 드라이버를 설명하기 위해 pc방에서 서든어택 할 때 종횡비 때문에 nvdia driver 예시를 설명하려 했는데 pc방에서 서든 어택을 해본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 다 롤이나 피파 한다고 했다.. 충격.. 그래도 nvida 얘기하니까 아~ 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예제는 잘 골랐구나 싶었다.
두번째는 url 부분 설명할 때 네이버 메일에서 https://mail.naver.com/v2/folders/1 이것이 보낸 메일함 url인데 ui를 클릭하지 않고 뒤에 숫자만 바꿔서 https://mail.naver.com/v2/folders/3로 바꾸니 임시 보관함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학생들이 신기해했다. 뿌듯... 쾌감....
세번째는 내가 예전에 신기해 했던 f12 눌러서 html 코드 수정하기. 기사 제목 같은 것을 바꿔서 보여주니 신기해 했다 ㅋㅋㅋㅋ 네이버에 실시간 인기 검색어 있을 때 많이 써먹었다고 말해줬다. 이런 것에 신기해 하면서 흥미가 느껴지기 때문에 집가서 해본 친구들이 있지 않을까? 라고 상상해본다.
둘째날 셋째 날 모두 평화롭게 아무 탈 없이 잘 진행되었고 마지막 날에는 자던 친구들도 깨워서 참여시켜 봤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해볼 걸이라는 아쉬움이 생겼다. 오히려 더 열심히 참여해 주었다.
후기
사실 처음에는 꿀알바라고 생각해서 냉큼 한다했는데 하다 보니 점점 욕심이 났다. 원래 말하는 거 좋아해서 수업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시간이 거의 끝나있던 적도 있다.
수업이라는 생각을 하니 혹시 질문 들어왔을 때 대답해주고 싶어서 자료 준비할 때 몇 배로 꼼꼼히 보게 되었다. 오히려 나한테 도움이 된 부분도 있다. 나만의 예제를 만들어서 설명했던 것이 어떻게 학생들한테 받아들여졌는지가 조금 궁금하다. 너무 말도 안 됐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하구먼.. 몇몇 친구들은 컴퓨터공학으로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많은 조언을 해주고 싶었지만 나도 아직 학부생이고 조금 꼰대 같을 것 같아서 말을 아꼈다. ㅋㅋㅋ
수업을 하니 처음에는 다 열심히 들어줬으면.. 했는데 몇 명만 대답해 줘도 너무 기분이 좋았다. 거기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집중해 줘서 신기했다... 고맙다 애들아..
내 꿈은 끊임없이 성장하는 개발자였다. 이번 경험을 통해 조금 더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다. 개발자로서 남들 앞에서 발표, 강연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꿈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해져서 동기부여 강력하게 됐다.
여러모로 뜻깊고 새로운 경험이지 않았나 싶다.. 이만 운동하러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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